목차
1.개요
2.철학적 배경
3.실존적 심리치료의 실제
4.실존적 심리치료의 평가
개요
죽음이라는 실존적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인간은 특히 현대에 있어서 죽음과 고독, 허무감 등 실존적 우울감을 겪고 있습니다. 실존적 심리치료는 실존주의 철학에 뿌리를 둔 심리치료입니다. 실존주의는 인간에게 주어진 실존에 대한 탐구를 기본으로 죽음과 자유, 고독과 무의미와 같은 궁극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과 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진실한 삶을 추구하게 하는 실천의 철학입니다. 실존적 심리치료는 내담자가 자신의 실존상황을 인식하고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여 실천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정신분석과 행동주의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실존적 심리치료는 인간의 자유와 주관성을 중요시하며 명료한 이론체계, 구체적 치료기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단일한 이론체계보다는 치료적 철학으로서 다양한 입장이 존재합니다. 인간은 죽음과 고독, 자유, 무의미라는 실존적 조건을 용기 있게 직면하고 수용함으로써 진실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실존치료자들의 기본적인 입장이며, 실존치료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실존적 상황에 대해 자각할 수 있도록 하고, 수동적이기보다는 자신의 의도대로 삶을 설계하고 영위해 나가는 자유를 깨닫게 합니다. 실존적 심리치료는 내담자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실존적 상황을 자각하여 자신의 현실적 문제를 자유와 책임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창의적으로 추구하는 진실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치료방법입니다.
철학적 배경
실존치료의 기본바탕이 되고 있는 실존주의 철학은 개인의 자유와 책임, 주관성을 중시하고 각자 고유성을 지니는 개인은 자신의 행동과 운명의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실존주의 철학은 세계대전의 비극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이성, 역사의 발전, 신의 권능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하였으며 유한보다 무한, 개별보다 보편, 시간보다는 영원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이론적 철학의 추상성을 배격하고 인간 삶의 맥락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실천 지향적인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존철학자들의 주장은 '실존'을 가장 주된 관심사로 삼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닙니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1813~1855)는 실존주의 철학의 창시자로 여겨지고 있으며 인간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추상적인 헤겔의 철학을 비판하고 인간 삶의 현실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우리의 삶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며 매 순간의 선택과 실존적인 불안이 존재하고 이러한 불안은 인간 존재의 기본조건이자 진실한 삶을 살게 하는 바탕이라고 하였습니다. 불안과 불확실성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우리의 과제는 선택과 결단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또한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종교, 도덕성과 같은 인습적 가치에 강력한 비판과 의문을 제기하였으며, 진리의 객관성을 부정함과 동시에 삶의 확장적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독단적 교리나 학설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신은 죽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인간이 세속적 가치를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다수의 도덕을 따르게 되어 개체성을 발현하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하였으며, 강요된 도덕에 빠지지 않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때 잠재된 창조성과 독창성이 발현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는 실존치료의 발달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며 현상학적 실존주의 철학을 발전시킨 독일의 철학자로, 육체를 가진 인간이 선택의 여지없이 내던져져서 그 세계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실존적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의 상황을 떠맡아 거기로부터 자신의 최대 존재 가능성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스트리아 태생인 유태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1878~1965)는 '나-너 관계'와 '나-그것 관계'의 구분으로 대화의 철학이라는 종교적 실존주의 철학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나-너'의 관계는 두 존재가 순수하고 진실되게 만나는 상호적인 대화적 만남이며, '나-그것'의 관계는 상대방이 관념적 표상으로 대상화되며 그 대상이 자신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의 측면에서 관계를 맺는다고 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인간관계가 후자의 관계로 변질되고 있으나 상대방을 목적을 위한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상호적일 때 우리는 대화 형식의 온전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실존적 심리치료의 실제
실존치료의 진행과정은 일반적인 치료과정과 유사하며, 일주일에 한번 50분씩 진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대부분의 실존 치료자들은 다른 심리치료자들에 비해서 정신과 약물복용에 대해 더 엄격한 입장을 지니며, 내담자가 일시적인 고통에 약물복용보다는 그 순간을 진실하게 경험하기를 권장합니다. 일반적인 실존치료는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되며 초기 단계에서는 치료자가 내담자의 문제 탐색과 관계형성을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중기단계는 내담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실존적 조건에 직면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격려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두 사람이 치료과정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살펴보고 정리하며, 치료자와의 이별에 대한 내담자의 태도를 실존적 관점에서 다루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존치료자는 내담자가 주관적인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하여 진실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며, 내담자의 책임회피에 주목하므로써 내담자가 개인적인 책임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실존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치료자와의 진정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점차 주체로 느끼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책임 있게 선택하고 치료의 종결시점까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실존적 심리치료의 평가
실존치료는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팽배하고 인간을 수단으로 대상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실존을 자각하며 진정한 삶을 살도록 자극하는 새로운 치료적 관점을 제시하였으며, 여러 심리치료 접근법 중에서 가장 인간의 개별성과 독자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을 고유성을 지닌 개체로 인정하고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여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개성과 가치를 존중한다는 면에서 인간성 회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실존치료는 치료이론이나 치료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제시가 부족하며, 체계적인 이론과 기법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 실존치료자를 양성하고 교육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실존치료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부족하다는 점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실증적 자료보다는 실존철학에 근거하고 있는 철학적 치료이기 때문에 경험적 연구를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철학적 통찰력이 결여된 내담자나 심한 정신증적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실존적 치료를 통해서 정신분열증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사례가 Laing에 의해 보고 된 적이 있는데(1965,1967),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는 실존치료가 내담자의 상태와 요구에 맞도록 유연하게 적용됨으로써 적용범위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치료적 접근으로 진화하고 있는 오늘날의 실존 치료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갈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모든 심리치료의 철학적 바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